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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우정 학교견문록

화이트데이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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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정보

손우정(edu***)
2012-03-15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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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4일 아침 10시 50분 경기도 부천에 있는  부인중에서 학생연수입니다. 부인중은 작년부터 배움의공동체를 도입하여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앙 현관의 넓기만 하고 쓸모없는 전시용 공간을  아이들을 위한  ’다락’으로 선생님들이 고안해 내셨네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이면 이 곳은 아이들로 북적북적.  이런 아이디어 공간을 볼 때마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 학교 공간이며 학교 건축입니다. 
  원래 학교 건축은 교회 양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교회에서 건축을 빌리고 공장에서 경영원리를 따다 탄생한 것이 근대 학교입니다. 엄숙한 공간과 효율적 시간관리의 절묘한 조화가 오늘날 학교의 공간과 시간이 된 셈이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미 그 근대가 끝장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에 남아 아이들의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배움의 공동체의 완전팬이 되어버린 우리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에게 배움의 공동체 수업에서는 어떻게 배워야하는지 잘 들어야 하노라며 저를 과분하게 소개해 주십니다. 교실에서 단체로 보상(?)이라도 받은 것인지 여기저기 사탕 물고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연구부장님이 저에게도 하나 건네주시네요. 알고보니 화이트데이 사탕이랍니다.
   학년별로 세 차례 나누어 강의를 하다보니 학년별 아이들 성향이 뚜럿하게 나타납니다. 2학년 학생들이 제일 발랄깜찍합니다.  너무 발랄하여 실은  저한테 혼이 좀 났습니다. 그랬더니 강의를 마치자  몇명이 저에게 다가와 고개숙이며   "죄송합니다. 저희가 오늘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수업시간에는 잘 하겠습니다. 꼭 기대해 주세요"라며 아주 미안한 심각한 표정으로 사과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예쁠 수가!  오늘 학생연수도 대 만족입니다.

  부인중에서 강의를 마침과 동시에 급하게 서울  오류중으로 달려갔습니다. 부인중은 경기도고 오류중은 서울이지만 두 학교가 서울과 경기의 경계에 있는 덕에 일정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오류중에서는 새로 오신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입니다. 오류중 또한 작년부터 배움의 공동체를 착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학교로 새로운 오신 선생님들에게도 연수가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올해 오신 분 가운데는 새내기 교사도 여러분 계십니다.  강의를 마치고 짐을 챙기려하자 질문해도 됩니까와 함께 새내기선생님들이 열띤 질문을 쏟아놓습니다. 배움의 공동체에서의 활동지 구성 , 모둠  구성 등등 새내기 교사들인데 이미 많은 것을 알고 계십니다. 왠 일인가했더니 새내기 교사까지 포함하여 전 교사가 저의 원격연수를 듣고 있답니다. 대단하십니다. 특히 올해 새로 오신 선생님들의 각오가 대단하십니다. 어떤 선생님은 이전 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해보고자 강의를 요청하였으나 답이 없어 아예 오류중으로 이번에 학교를 옮겨 한번 해 보려 한다는 농담(아마도 진담이겠죠?)도 하십니다. 오류중 일년 만에 최고로 질문이 많은 날입니다. 질문은 저를 긴장하게도 하지만 안심하게 하는 묘한 대화입니다.

 오늘 마지막 일정은 인천입니다. 인천 배움의공동체 월례회가 있는 날입니다. 전교조인천지부 사무실에 도착하니 이미 50줄의 김밥이 선생님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천 장수초 함유숙선생님께서 수업을 기증하시기로 했습니다. 아직 2주도 채 되지 않은 5학년 사회과 수업입니다.

      

  오늘 배울 단원은 ’선사시대 사람들’입니다. 선사시대를 나누어 보고 그 시대의 생활모습을 교과서를 통해 찾아 본 후 마지막에는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로 날라가 일기를 쓰는 활동입니다. 놀랄 정도로 차분한 아이들입니다.구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까지를 단  4시간에 마스터하도록 구성해 놓은 무리한 교과서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용 조용 척척 해결해냅니다. 그런데 아직 초딩은 초딩입니다. 모둠으로 마주 보고 있음에도 친구에게 묻지도 슬쩍 보는 아이도 잘 없습니다. 한 친구가 슬그머니 보려다 다툼이 일어납니다. 아직은 대화=관계맺기가 서툽니다. 각자 적는 일은 잘 하는데 함께 나누기는 아까운 모양입니다. 나누는 것이 남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엔 나에게 다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아직 이해하기 힘든 나이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서로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지요.

      

  수업영상을 모든 선생님들께서 함께 시청한 후 모둠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나누고 몇 분의 선생님들께서 전체적인 공유를 해 주셨습니다. 한결같이 "어린 아이들이 어쩌면 저렇게 차분할 수 있는지...정말 잘 배우는 아이들"에 놀랐다고 하십니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수업자 함유숙선생님께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러다 그만 눈물이 쏟아져 말을 잊지 못합니다.가정의 어려움, 어른들의 문제를 고스란히 떠 안아야하는 것이 아이들입니다. 게다가 초등학생들은 누구에게 우리 집의 어려움을 호소할 수도 없는 어린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을 돌봐야 할 어른이 아이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위기적 상황들이 우리 선생님을 슬프게 하고 교사로 살아가는 일을 힘들게 만듭니다. 함유숙선생님, 당신 땜시 내가 또 웁니다.
2주만에 벌써 모든 아이들을 품고 계시는 선생님. 아이들이 잘 배우는 이유입니다. 함유숙선생님 감사합니다. 당신을 알게 되어서...

 선생님들과 아이들 덕택에  사탕보다 더 달콤한 2012년 화이트데이가 되었습니다.
 

댓글

오승미 (2012-04-02 01:54:06)
화이트데이에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많은 감동들을 함께 하셨네요~
원성제 (2012-03-18 23:06:30)
앗 교수님도 낚시를 ㅋ ^^...
right